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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디지털 치료제와 사용자 경험

디지털 기술이 '경험하는 약'으로 진화하려면

디지털 치료제(DTx)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먹는 약도, 맞는 주사도 아닌 것이 어떻게 치료제가 되느냐?"는 부정적인 시선과 "가끔 보면 분명히 병원에서 처방해주는건 아닌데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잖아?"라는 호기심 어린 시선. 사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새로운 분야로 각광을 받으며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시선도 있다.


디지털(digital)이라는 용어에 치료제(therapeutics)라는 용어가 붙어 꽤 그럴싸하게 들리는 DTx는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이름으로 명명되며 최근 식약처에서 DTx 허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FDA를 중심으로 DTx 시장이 현실 속에 자리잡기 위한 여러 제반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초의 DTx로 평가 받는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약물 중독 치료 앱인 '리셋(reSET)'은 그 가능성을 잘 보여줬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르는 DTx, 2017년 9월 FDA에서 최초로 승인 받은 리셋 이후 약 4년이 지난 지금을 사용자 경험(UX) 관점에서 조명해본다.


디지털 치료제는 과연 기술이 중요할까?


페어 테라퓨틱스의 DTx '리셋'은 알코올이나 코카인, 대마와 같은 약물에 중독된 환자에게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eutics, CBT)를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다. DTx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앱을 사용함으로써 치료가 된다는 콘셉트 때문이다. 실제 이 산업의 가능성을 좋게 보는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료제가 먹지 않고 사용한다는 콘셉트로 치료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매력적인 제안일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러한 전제에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스마트폰 앱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DTx를 사용자들이 충실하게 사용할 것이라는 신념 혹은 믿음에 근거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상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활용하는 행위가 일반적이다 보니, 만들기만 하면 잘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을 쉽게 하는 것이다. 특히, DTx가 주로 스마트폰 앱 형태로 제공 되기 때문에 사용자에 대한 접근성이 당연히 높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스마트폰 앱을 다운 받는 앱스토어에서 실제 사용자의 선택을 받고 다운로드를 받게 되는 앱의 숫자가 극소수라는 점을 안다면, 이것이 DTx라고 다르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의사를 통해 처방을 받는 것을 기대하는 DTx의 특성상, 처방하면 무조건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헛된 기대가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CBT 기반의 기술이 특징을 갖기 힘든 상황에서 이러한 안일한 생각으로 DTx를 개발하겠다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현실을 살펴볼 때, 이 산업의 진정한 승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다.


DTx에서 특히 UX가 중요한 이유


그렇다면, 왜 DTx에서 UX가 중요할까? 이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UX에 따른 약효의 차이를 유발한다는 점 ▲디지털 복약 순응도가 DTx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점 ▲DTx 간 차별성 때문이다.


첫번째로, DTx에서 구현되는 CBT는 대부분 이미 공개된 알고리즘과 방식을 따르고 있다. CBT 자체가 특별한 기술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CBT는 이미 오래전부터 환자 치료를 위해 쓰이던 기법으로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인지(cognition)와 행동(behavior) 차원의 변화를 모색하여 치료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 DTx의 주요 콘셉트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는 것이 '환자 스스로' '사고 방식의 변화' '신체 상태, 치료 상황에 대한 기록'과 같은 것을 디지털 앱을 통해 기능으로 제공하는게 특징이라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UX 설계 측면에서 이러한 기능을 일상 생활에서 습관화 되게끔 만들어내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것이 안되면 약효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위에서 설명한 콘셉트에 부합하는 인지와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앱을 통한 중재(intervention)와 앱이 제공하는 치료 프로그램 참여가 쉽고 적극적일 수 있도록 디자인 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지만, 연구를 통한 임상적 증명에 치우친 개발은 오히려 이러한 UX 설계에 대한 기본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FDA 승인을 위해 DTx 스타트업들이 수행하는 임상 데이터 확보에서 중요함을 역설하는데, 주로 먹는 약이나 주사처럼 말 그대로 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할 뿐 막상 사용자에게 실제 환경에서 사용하도록 하면 사용률이 떨어진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약에서의 복약순응도 문제가 DTx에서도 터져나오는 셈이다.


리셋의 사례는 이러한 측면에서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리셋은 환자의 중독성을 낮추는 효과를 임상시험으로 검증하며 시판 허가를 받았다. 400여명의 약물 중독 환자들의 중독성을 낮추는 효과 검증에서 기존 치료를 유지하되 횟수를 낮추고 리셋을 사용하게 한 그룹에서 유지 비율이 40.3%로 높게 나왔고, 기존 치료의 횟수만 유지한 그룹에서 유지 비율은 17.6%에 불과해 확실한 효과를 보였다.


리셋이 이러한 효과를 낸 기저에는 임상적으로 유효한 CBT를 앱에 적용한 것도 있지만, 이에 대한 UX를 설계함에 있어 텍스트 기반의 정보 뿐만 아니라 비디오나 그래픽 요소등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모달리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기존 CBT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새롭게 설계한 UX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UX가 복약순응도 높일 수 있다


두번째로, 잠깐 언급한 복약순응도 문제는 디지털에서도 존재한다. 일반적인 디지털 서비스에서도 앱의 리텐션(retention)이나 전환율(conversion rate) 등을 해당 기업의 핵심 KPI로 삼을 정도로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하게끔 만드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UX 설계가 아닌 마케팅 기법이나 그로스 해킹, 광고나 홍보 등 대외적인 차원에서 대응하고 접근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글로벌 컴퍼니들은 앞다퉈 HCI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기술이나 UX 설계에 깊은 연구를 통해 근본적으로 사용자가 좋아하는 프로덕트를 만드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고민이 DTx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당뇨 환자 등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꾸준한 관리와 필요에 따라 약을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복약순응도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난제였다. 복약순응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이 없었던 이유는 결국 스스로 자가 관리를 엄격하게 하기 힘든 인간 행동의 본성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DTx는 스마트폰을 통한 적절한 중재와 치료 프로그램으로 스스로 하기 어려운 행동 제어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이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그 행동 제어를 하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끔 하거나 다른 형태로 회피할 수 있도록 돕는 UX의 설계가 중요하다. 그래야 자꾸 사용하고 싶어지고 사용하게 만들어 습관화가 이루어져 DTx에 대한 복약순응도를 높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디지털 특성 이해해야 승리한다


세번째로, DTx 간에 차별성의 측면에서도 UX는 중요한 가치 차이를 불러올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BT가 거의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디지털이라는 환경으로 옮겨온 이 치료법이 특징적이기 위해서는 디지털을 잘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은 보다 모달리티 요소(modality factors)가 사용자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다. 쉽게 말해 귀를 이끄는 소리, 편하게 읽히는 텍스트, 빠져들게 만드는 이미지나 영상 등 디지털의 특성이 반영된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 설계가 매우 중요하다.


카카오톡이 성공한 여러 요인 중의 하나는 '카톡'이라는 사운드 덕분이고, 당근마켓이 각광을 받게 된 요인 중에는 '당근'이라는 사운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디지털에서 이 모달리티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UX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CBT의 디지털화가 주는 DTx는 금방 소외될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는 앱스토어에서 DTx들 간의 마케팅 전쟁만 불러 일으킬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DTx에서 UX 설계는 바로 이 전쟁의 승리를 불러올 엄청난 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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