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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사용자 경험

코끼리 기업의 치타 되기

최근 대기업 고위 임원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이다. 사장단 레벨 임원들이 DT를 생각한다는 건 결국 조직이 이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분에 DT를 둘러싼 화두는 전세계 어느 기업에서든 다뤄질 정도로 소위 '트렌드 워딩'이 됐다.


DT는 일종의 혁신 방식이기 때문에 방향은 제각각인데 방식은 기업들마다 유사한 편이다. 대부분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서 신사업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고, 외부 자문단을 꾸려 사장단 회의 때 정기적으로 자문을 구하고 특강을 들으며 방향성을 잡아가기도 한다. 내부에 몇몇 DT와 관련한 조직을 만들고 상무급을 앉히거나 최고경영자(CEO) 직보체계를 갖춰 아예 새로운 사업을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하고 있지만, 불과 몇년 전에는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투자하고 육성한다는 명목하에 직간접적인 투자 모체가 될 투자 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DT의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내부 임직원들의 창의성과 리더십을 고양하고 스타트업 마인드를 가지라는 뜻에서 내부 임직원 대상의 스타트업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제는 일반적인 일이 되었다.


몸집 큰 코끼리와 같은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사공이 많고 배도 수십 수백척이라 몸을 움직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러한 기업들이 DT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전환에 적응하기 위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DT는 결국 혁신의 방식일 뿐


전통적인 산업군을 영위하던 기업일수록 이 방식을 통한 전환이 절실하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1에서는 GM, 베스트바이, 월마트, 워너미디어, 디어앤컴퍼니와 같이 DT에 방점을 찍은 기업들이 기조연설에 나섰고, 그 결과물인 기술, 제품,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간의 흐름을 생각하면 이번만큼 DT에 절실함을 보이고 스스로의 산업군을 재편하는 기류가 강한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로레알, P&G 같은 기업들이 나와서 전시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격세지감이라는 단어가 절로 생각난다.


역시나 DT의 중심에는 IT 회사들이 가장 눈에 띈다.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DT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던터라 크고 무거운 기업들의 움직임 속에 DT를 통한 혁신의 결과물이 최근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모두 올해의 화두를 일상 생활과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으로 자사의 솔루션들을 집 공간 안에 묶어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테슬라 발 DT 열풍이 불어닥친 자동차 시장의 경우 GM이 향후 5년간 30조를 투자해 완전한 전기차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포드는 약 10억달러를 투자해 지난 90년 동안 근거지였던 독일 쾰른 공장을 전기차 생산 기지로 바꾸겠다고 결정하고 2030년에 완전한 전기차 기업으로 탈바꿈 하겠다고 한 점은 DT를 기반에 둔 산업 재편의 엄청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역시 기존 헬스케어 산업의 DT에 대한 관심과 코로나19와 같은 전 인류적 사건으로 인해 조금씩 DT의 결과물이 등장하고 있다. 필립스는 최근 의료 현장에서의 자사 솔루션들을 집으로 옮겨오는 시도를 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내부 전략 책임자인 제로인 타스(Jeroen Tas)의 말에 따르면, 더이상 헬스케어 서비스의 접근성을 병원이라는 특정 공간에 한정할 필요가 사라졌으며 DT를 통해 최대한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자의 집과 일상 생활로 옮겨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UX는 혁신의 방향을 결정하는 키


그렇다면 과연 앞선 사례들이 DT의 결과물로써 성공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을까?


해답은 바로 사용자 경험(UX)에 달려있다. IT 회사들의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이나 자동차 회사들의 전격적인 전기차 사업 전환을 잘 들여다 보면 결국 본질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고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형태로의 DT를 시도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테슬라 사례와 같이 사용자들이 단순히 자동차로써의 성능이나 전기차라서 주는 친환경 가치가 아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자동차"로 그 경험을 추구하고 인정한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솔루션을 내세우며 UX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 이유도 DT가 자동차 산업 재편의 방식이라면 UX는 전기차가 나아갈 방향과 결과의 성패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코끼리 기업들의 DT는 생존 전략이자 방식으로써 이미 많은 시도들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많다. 신세계의 쓱닷컴(SSG)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 속에 공격적인 DT와 선명한 UX로 방식과 방향 측면에서 온오프라인을 잘 연계해 이커머스로의 좋은 전환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롯데의 롯데온(ON)이 그렇지 못한 점은 DT, 즉 방식의 문제이거나 UX, 즉 방향의 문제다. 기존 산업군에서 잘 하던 선수들이라도 DT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UX를 찾지 못함으로써 방황하는 순간 혁신에서 도태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점이 최근 여러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시그널이다.


무거울수록 가속력을 받으면 엄청나게 빠르다. DT가 코끼리를 일단 움직이게 만든다면, UX는 코끼리를 치타로 만드는 가속 패달과 같다. 애플이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시대를 연 지 10년, 이제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앞두고 우리 기업들은 과연 산업 재편의 방향을 제대로 세우고 있을까? 코끼리 기업이 치타처럼 달리기 위해 UX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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