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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생성 AI는 되고, 블록체인은 안 되는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컴패노이드 랩스 유재경 파트너와 HCI Korea 2024 학술대회를 함께 다녀온 조지입니다. 블록체인 분야의 사용자 경험을 연구하고 있는 유재경 파트너는 많이 줄어든 블록체인 세션을 보며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고 해요. 반면 생성 AI에 관한 많은 논의와 청중이 흥미로워하는 실사례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는데요. 유재경 파트너의 생각을 제가 대신 전해드려 볼게요!




들어가며

이번 HCI Korea 2024 학술대회에서 단연 돋보인 키워드는 '생성 AI'였습니다. 생성 AI를 활용한 다양한 유즈 케이스와 현실에 극적인 변화를 주며 발전하는 기술을 보고 있자니, 블록체인 기술과 Web3 시장에 대한 생각이 깊어집니다. 두 산업은 'GPT'와 '비트코인'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같은 임팩트에서 시작되었으나, 결국 블록체인은 생성 AI만큼의 대중적 수용(Mass Adoption)을 가져오지 못했고 일련의 사건들 이후 불순물이 빠지는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올 봄을 준비하기 위해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블록체인의 Mass Adoption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해 논의하고, 블록체인 경험을 설계하기 위하여 UX 리서처 및 UX 디자이너가 주목해야 할 과제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블록체인이 사용자 설득에 실패한 이유


첫째, 블록체인은 그럴 수밖에 없는 "기술"이 너무 많습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 기술, 네트워크 기술, 데이터베이스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분야입니다. 또, 본질적으로 일면식 없고, 관련 정보도 없고, (심지어 실존 인물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타인과 신뢰를 담보로 하는 거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그러므로 복잡하고 수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것이 당연합니다.


fig.1 JK 파트너가 생각하는 블록체인을 구성하는 세가지 분야


하지만 복잡하고 수준 높은 기술력을 사용자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마치 질량 보존의 법칙처럼,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도 '복잡도 보존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설계 과정에서 복잡함을 떠안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복잡도는 사용자에게까지 전가됩니다. 결국 '사용성'과 '직관성'이 무너지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 블록체인의 기술적 복잡함이 서비스 제공자 선에서 해결되지 않고 사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더더욱 좋지 않은 신호는 바로 사용자에게 이해를 바라는 디자이너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업계는 이 복잡함이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분야 적 특성으로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말하며 본질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사용자를 가르치고 회유하려 들었을 뿐이죠. 그 결과 우리는 -조금 더 쉬운 단어를 사용하거나 버튼 컬러와 사이즈를 바꾸는 등- 페이스오프 수준의 변화만 가지고 사용자 경험을 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용자 접점인 인터페이스는 사용자 경험에 많은 영향을 주지만, 인터페이스만으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기는 어렵습니다. 인터페이스 개선만으로 본질적인 경험을 설계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만일 인터페이스 개선에 머무르는 것이 기술적 한계 때문이라면, 그 기술적 한계를 넘어야 하는 것이 과연 사용자일지 아니면 우리와 같은 서비스 설계자일지 잘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둘째, 블록체인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 "철학"이 너무 많습니다.

요즘은 조금 줄어든 듯합니다만, 이전에는 '탈중앙화'를 염불처럼 외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마치 저처럼요. 저는 그 철학을 매우 존중하고 따랐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에 관한 대중 강의를 할 때에, 꼭 블록체인 설명 뒤에 아래 그림과 같은 장표를 통해 그 가치를 전하곤 했습니다.


fig.2 블록체인을 설명하는 JK 파트너의 문장


서비스가 나오면 "탈중앙화 가치가 지켜졌는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요새 그 가치가 인간의 본질과 배치되는 개념이 아닐지 생각하곤 합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나서서 책임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특히 찰나의 실수가 큰 손실을 가져다줄 수 있는 상황에서는 누군가 이 상황을 통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해 책임져주기를 바랍니다. 학술대회 세션[1]에서 보고된 블록체인 지갑 사용자의 행동을 통해 '사태의 책임자'가 없을 때 발생하는 사용자의 멘탈 모델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1] <Web3 블록체인 서비스의 UX 리서치와 디자인 사례> 세션에서, "크립토 유저는 보통 화폐 송금을 2번에 걸쳐 진행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결국 송금받을 지갑 주소의 유효성 및 적합성을 판단해 줄 중개자가 없는 상황에서, 오롯이 사용자가 '송금'이라는 행위의 결과를 책임져야 하기에 발생하는 불안함의 결과가 아닐까요?

그 때문에 저는 블록체인의 Mass Adoption을 생각할 때, "누군가는 지배적 군주(=책임의 주체)를 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한 존재가 구심점이 되었을 때 서비스와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초등학교의 작은 학급에도 회장과 부회장이 존재하는 것처럼요. 그러므로 무신뢰(trustless) 플랫폼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력하게 인지된 신뢰'라는 한 연구자*의 주장처럼, 우리는 결국 탈중앙화의 저주에서 벗어나 시장과 사용자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분산 구조를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본 연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이 링크를 참고하세요.)



말하자면, 블록체인"핑계거리"가 너무 많습니다.

결국 기술적 한계와 기술의 본질이 블록체인의 Mass Adoption을 방해하는 꼴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사용자의 니즈에 맞추어 변화할 생각이 없는 일부 기술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생성 AI에는 그 어떠한 핑계도 없습니다. GPT로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미드저니(Midjourney)로 그림을 그릴 때, 생성 AI 모델에 활용되는 '알고리즘'을 알 필요가 없습니다. 사용자들은 그저 생성 AI 모델을 탑재한 도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기만 하면 되죠. 그뿐만 아니라 누구나 GPT나 뤼튼(wrtn)에서 제공하는 엔진을 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와 '철학'을 가진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왜 사용자가 '해시값'으로 된 주소를 봐야 하고, '트랜잭션'의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야 하고, 무결성이니 토큰화니 하는 어려운 용어들을 들어야 하는 걸까요? 블록체인도 사용자의 복잡도[2]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가 블록체인 기술인 줄도 모르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될 때까지요.

[2] 도널드 노먼은 그의 저서에서 "혼란함과 복잡함은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본 아티클에서 이야기하는 '복잡도'는 혼란함과 복잡함이 일부 섞인 개념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블록체인 서비스에서의 '혼란함과 복잡함'은 어쩔 수 없이 사용자의 지식수준에 따라 다르게 인지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상황에서 Novice 사용자는 혼란하다고 느끼는 반면, Advanced 사용자는 그냥 복잡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아티클에서 언급되는 '복잡도'는 Novice 사용자의 혼란함과 Advanced 사용자의 복잡함을 통칭합니다.

 

블록체인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


먼저, 사용자(user)에 초점을 맞춘 차별적인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사용자 경험에 관한 논의를 들여다보면, 단순 휴리스틱 평가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성'을 높이기 위한 쉬운 용어 및 직관적인 그래픽의 활용이나, '사용자 에러 방지'를 위해 주의 문구를 작성하고 CTA 버튼을 비활성화한다거나, '오류 발생 시 복구 전략'을 제공하기 위해 적절한 위치에 도움말을 제공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서비스에서 필히 제공해야 할 기본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때, 서비스의 차별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차원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NFT 기반의 커뮤니티 중심 서비스'를 설계할 때, 사용성과 직관성을 위한 인터페이스 설계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 간 연대감' 혹은 '운영의 자율성' 등 주요 사용자를 위한 핵심 경험을 정의하고 이를 체감할 수 있는 형태로 서비스의 구조와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모든 정보 구조와 흐름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갔기 때문에 사용자가 넘어야 하는 산은 모두 깎아내야 합니다.



덧붙여, 인간(human) 본성을 고려한 단계적인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사용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정보 인지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아는 만큼 많은 정보를 보고, 아는 것에 조금 더하는 수준의 정보를 습득합니다. 그러므로 '정보를 알아야 쓸 수 있게' 설계된 블록체인 서비스에서는 더더욱 정보를 알고 있는 사용자와 그렇지 못한 사용자 간 행동 패턴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할 때, 사용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서비스에 요구하는 복잡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고려하여 사용자 여정을 긴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만일 처음 사용이 어렵고 초기 사용 과정에서 이탈률이 높다는 데이터를 확인하여 무턱대고 서비스의 허들을 낮춘다면 기존 사용자들이 이탈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서 Novice 사용자와 Advanced 사용자가 요구하는 경험 요소는 상이하게 나타남) 즉, 토스 증권의 사용자와 증권사 MTS 사용자를 한 바구니에 담을지, 만약 그렇다면 서로 다른 가치를 어떻게 만족시켜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사용자의 지식수준에 따라 사용 의도를 높이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세부 UX 요소가 다름. Ref. 유재경, 반영환. (2020). 사용자의 기술 지식수준을 고려한 블록체인 전자지갑의 사용자 경험 설계 방안. 디지털콘텐츠학회논문지, 21(12), 2073-2081.

그러니 이제 옆집처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경험을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이제 블록체인 기술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에서 벗어나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용자도 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아직까지도 돈의 흐름에 '토크노믹스'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사용자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해 준다고 홍보하는 DeFi 서비스가 많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블록체인 서비스의 본질은 사용자 경험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금전적 가치와 수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DeFi 서비스가 모방하는 돈의 흐름 그 자체인 전통 금융사도 DX(Digital Transformation)를 위해 뒤늦게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며 사용자를 확보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결국 시장의 활성화와 서비스의 확장을 위해, 아직은 블록체인 사용자 경험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저는 생성 AI처럼 블록체인의 Mass Adoption을 위해 사용자가 더 쉽고, 더 재미있고, 더 유용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마치며

이번에는 유난히 아쉬웠던 학술대회였습니다. 기대를 많이 한 탓일지도요. 블록체인 사용자 경험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는 바람입니다. 본 글은 HCI Korea 2024 학술대회에서 보고 들은 세션의 내용보다 더 의미 있다고 느꼈던, 한 청중이 세션 진행자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제가 대신 답하는 마음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세션 끝나고 그분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당시 질문하셨던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적어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생성 AI는 알고리즘 모르고 사용해도 되는데, 왜 블록체인은 기술을 알고 써야 하나요?"


fig.3 등돌린 조지.. 기대에 비해 실망스러운 세션을 들을 때 조지는 현실을 외면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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