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이해하는 지능적인 기술의 경험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할까
인공지능 분야가 주목받은 이래로, 수년간 학계나 산업계를 막론하고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기술 그 자체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곧 인공지능 만으로는(stand-alone) 실제 현실에서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낼 수 없는 것을 알게됐다. 영화에서와 달리 현실에서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무언가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컴퓨터가 작동되는 명령과 수행의 기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인공지능 자체가 효용 가치를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주도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영화의 그것처럼 되기를 기대하는 사용자의 실망만 안겨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나는 항상 차라리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로서의 고민을 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효용 가치를 제공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인공지능을 둘러싼 여러 제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성공이 달렸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사용자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경험해야 할까? 인공지능 기술의 향상은 무엇으로부터 오는가? 바야흐로 인공지능 일상화의 시대에 우리는 인공지능 UX를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데이터에서부터 지능을 경험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논하기 전에, 데이터를 먼저 논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많은 기업들이 자사 인공지능 기술의 '지능'이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성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본인들이 보유했거나 보유할 수 많은 데이터가 마치 사용자의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 한다.
그러나 실제 스타트업들을 포함해 대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사용자 중심(user-centered)으로 의미있게 가공하고 쓰는 케이스는 손에 꼽는 수준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쓸모 없는 데이터를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확언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한 것을 글에 다 적기는 어렵고 조심스럽지만, 하나 분명한 사실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way of collection)과 이를 바탕으로 분석해 표현하는 형태(form of expression)가 서로 잘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집된 데이터들은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어 보자. 사용자가 자신의 키와 몸무게, 연령대의 입력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있다고 해보자. 이 데이터의 수집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1)가입할 때 입력 시키거나 2)서비스에 필요한 시점에 입력하게끔 유도하거나 3)사용자가 추천 받기를 원할 때 사용자와 상호작용 하는 시점에서 얻거나이다.
각 방식은 장단점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서비스 전체의 UX를 결정해버린다. 간단히 설명하면, 1번은 그냥 입력하는 경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2번은 필요한 시점의 즉시성이나 긴급성에 따라 나쁜 UX가 되거나 귀찮은 UX를 제공해 줄 가능성이 있다. 3번은 사용자가 다른 사람을 통해 추천을 받는 과정과 유사하므로 신뢰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UX 일 것이다.
결국 데이터는 수집 시점부터 이미 그 질(quality)이 결정된다. 또 사용자는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자를 알아가는 방식에 대해 인지하고, 수용하며,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는 기회를 데이터 수집 시점에서부터 얻게 된다. 즉, 데이터 수집 방식과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추출해 보여주는 인공지능의 역할이 맵핑되면서 비로소 사용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존재와 신뢰감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분석, 가공, 결과의 표현까지의 모든 과정에는 사용자를 고려한 경험 디자인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수집 방식에 있어 사용자를 귀찮게 만드는 행위를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 사용자가 분석된 결과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사용자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향상도 결국 사용자와의 접점이 문제
인공지능은 사실 굉장히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들, 예를 들면 소셜 미디어나 커머스,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우리 삶이 보다 편리해지도록 돕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운 서비스들 가운데 ‘지능’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많은 경우 사용자와의 접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제품이나 서비스의 면면을 보면 사용자로부터 획득한 데이터, 즉 사용자 데이터(user data)가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주는 주된 잇점 중 하나가 바로 기존의 것에 비해 보다 '지능적(intelligence)'인 측면에서 추론과 제안을 해내는데 인간의 지능과 동일하거나 더 나은 수준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인공지능 기술이 포함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생성하는 데이터가 이 '지능'을 학습 시키고 더 나은 추론과 제안을 할 때, 비로소 사용자는 효용 가치를 느낄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로부터 어떤 데이터를 얻고(acquisition), 이것으로 사용자를 이해(understanding)하고, 이해한 바를 어떤 형태로든 표현(expression)하는 UX를 설계하는 것은 효용 가치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좋은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스타트업이나 기업들이 정작 '더 좋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기 위해 서비스 기획자나 프로덕트 오너를 뒤늦게 찾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을 만들고, 데이터를 모아놓고 난 뒤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UX를 고민하면, 그 경험의 형태가 기술과 데이터에 함몰되어 좋은 경험을 디자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미래는 사용자와의 접점을 얼마나 빨리 고민하느냐에 달렸다. 사용자가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경험이 디자인 되어 있다면, 생각보다 사용자는 빠르게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시도를 할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인내를 갖고 아이에게 가르치고 돕는 것처럼, 인공지능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사용자를 학습할 수 밖에 없다. 사용자가 그 인내의 역할을 하려면 최소한 인공지능의 지능이 어떠한 형태로 학습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는 지능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 UX 설계는 이 최소한의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중요한 디자인이 될 것이다.
테크엠(Tech M) 기고 시리즈 「장 의장의 UX 혁신」: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8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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