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tweet-tweet), 저는 컴패노이드 랩스 크루 이서영 입니다.
저는 '얼리버드(ealry bird)'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미래 기술을 누구보다 빠른 날갯짓으로 선점하고자 하는 얼리어답터(early-adopter)로, 전 세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미래 기술을 살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최근 미래 기술 중 하나로 '창작 주체'라는 관점으로 생성 AI 기술에 대해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데요. 이번 한국 HCI 학회에서 펼쳐진 생성 AI 기술에 관한 여러 연구들에 대한 소회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올해의 뜨거운 감자: 생성 AI (Generative AI)
한창 화두가 되고 있는 생성 AI. 다들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나요? 현재 AI는 ‘나의 작업을 빠르게 해주는 효율적인 도구’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근데 우리가 쓰는 AI, 과연 ‘효율적인 도구’로만 사용되는 기술일까요?
저는 HCI Korea 2024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된 여러 세션을 들으면서 AI가 새로운 창작 주체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아티클에서는 ‘새로운 창작 주체인 AI’에 대해 알아보고 기존 창작 주체였던 인간은 이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하고 바라봐야 할지 서술하고자 합니다.
1. 인간 다음의 새로운 창작 주체, 생성 AI
창의성(creativity)는 지금까지 동물과 구별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영역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인간보다 빠르게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생성 AI’의 등장으로 AI를 ‘창작이 가능한 하나의 주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HCI Korea 2024 학술대회에서도 AI가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AI를 창작이 가능한 하나의 주체라는 것을 인간이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AI를 ‘창의성’과 ‘창작 주체성’ 측면에서 바라본 연구
‘ChatGPT vs Human: ChatGPT의 창작 주체 가능성(가톨릭대학교, 최이정)’이라는 연구에서는 ‘예술/디자인 분야’에 인공지능이 창작 주체로서 개입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제기하였습니다. 해당 연구는 ChatGPT를 활용해 ‘시’라는 문학 작품으로 인간이 창작한 시와 인공지능이 창작한 시가 구분이 가능한지를 검증하였습니다. 이때 실험자를 먼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이 시가 인공지능이 창작한 시인 것 같은지(A), 인간이 창작한 시인 것 같은지(B) 평가하게 했고 이에 대한 결과를 그룹 내 한쪽에는 진실(A1, B1)을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거짓(A2, B2)을 말하여 ChatGPT의 문학 작품 창작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A1, A2, B1, B2 총 4개의 그룹
창작 주체성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1) 창의성(참가자들이 느끼는 시의 창의성), 2) 즐거움(참가자들이 시를 보고 느낀 즐거움) 그리고 3) 추천 가능성(참가자들이 해당 시를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추천하고 싶은지)이 있었습니다. 활용된 측정 지표를 통해 우리는 AI가 창작 주체를 가지기 위해서 AI가 만든 결과에 대해 ‘인간이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AI에 얼마나 ‘인간스러움(human-like)’이 잘 묻어났는지가 주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연구 결과, 통계 분석 결과 집단별로 시에 대한 유의미한 평가 차이가 없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스러운 글(human-like text)’을 구사한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답했습니다.
✨ 발표를 듣고 저도 한 번 사람이 쓴 시와 ChatGPT에게 시에 들어갈 키워드를 입력해 새로운 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무엇이 인간이 쓴 시이고 무엇이 인공지능이 쓴 시일까요? 댓글로 답을 작성해 보세요!
키워드: 아름다운 추억, 풋풋한 어린 시절, 어느 봄날의 따뜻함, 흩날리는 바람에 사랑에 잠기다, 세월이 지나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
<Crew’s Thought> 창작의 주도권을 가진 인간
Insight 01 | AI는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있고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주체성이 있다.
Insight 02 | AI의 창작 주체성은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그 주체성을 인지할 때 발현된다.
현재 AI는 창작 주체로서 인간과 비슷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체로 인정이 되려면 먼저 ‘인간이 AI를 창작 주체로 인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인간이 상호작용 측면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AI의 주체성은 인간과 인터랙션하는 과정 내 사용자 경험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들은 AI가 제공하는 아웃풋과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끼치기에 인간과 AI의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상관관계 요소들을 더욱 유심히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그렇다면, 창작의 주도권을 가진 인간은 어떻게 AI를 바라봐야 할까요?
생성 AI의 등장으로 ‘창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모든 인간이 창작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창작자의 범주에 속했던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이번 2024 HCI Korea 학술대회에서는 기존 UX 및 연구 프로세스에 생성 AI 기술을 더할 때 어떻게 이전과 다르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창작자 1: UX/UI 디자이너
생성 AI를 활용한 UX/UI 디자인 (SMIT 유훈식, 이화여대 강수진) 사례 발표에서는 기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던 UX 프로세스 곳곳에 생성 AI 툴을 적용해 빠르고 쉽게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제작해 내는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사례는 항공 UX를 설계하고 있는 연구진들이 필요한 이미지형 시나리오 보드를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한 사례였습니다. 시나리오 보드를 제작할 때 지금까지 프레임 하나하나 직접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디지털로 옮겼다면 이제는 이미지 생성 AI로 10분 안에 양질의 이미지들을 빠르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저도 직접 이미지를 만들어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국 여성이 밤 시간대에 비행기에 탑승한 시나리오의 이미지를 제작해 보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유저 시나리오를 그리고 옮기며 제작했던 입장에서 정말 혁신적이었습니다. 최대의 효율로 일관되고 전문성 있는 아웃풋을 뽑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 이미지 스타일들을 바로 적용할 수 있었으며 프롬프트를 잘 쓸 수 있다면 업무 프로세스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이때 결과물의 퀄리티는 프롬프트에서 사람, 특징, 장소, 뷰를 얼마나 디테일하게 서술하느냐가 이를 결정지었습니다. 밝은 조명, 의자, 테이블 등 편안한 환경, 어떤 미디어를 사용하는지, 음악을 듣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아이가 울고 있는지 등 시나리오 서술에 필요한 미장센 연출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 외 페르소나 설정, 인터뷰, 컨셉 이미지, Unmoderated UT, UX Writing, 디자인 시스템(GUI)에도 생성 AI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아티클을 읽고 한 번 여러 생성 AI 툴을 사용해 보며 프로세스에 적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창작자 2: 석박사 대학원 연구진
또 다른 창작자인 대학원 연구진들은 생성 AI 툴을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관련한 세션으로, 패널토크 ‘생성형 AI-판도라의 상자를 열다’(국민대학교 허정윤, 한양대 김지은, 동의대 김성희, EDNA Frédérique KRUPA)에서는 한 치의 오차와 왜곡도 허용되지 않는 연구상에서 페이퍼를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 자체와 연구 윤리 차원에서 생성 AI를 허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디자인/비디자인 석박사 연구진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을 때 주로 abstract, background section과 literature review에서 자신의 문장들을 다듬고 싶을 때 텍스트형 생성 AI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연구 윤리 측면에서 ChatGPT를 사용함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생성 AI의 환각현상(Hallucination)에 대한 우려가 컸고, 표절과 같은 문제로 인해 박사 연구진들은 ChatGPT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즉, 연구 측면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Writing Assistant’이자 동시에 ‘Ghost Writer’인 것이죠.
문장을 다듬고 단순히 글자 수를 줄이는 과정에서도 연구자가 검수하지 않으면 원본(originality)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생성 AI가 순식간에 주요 단어를 다른 단어로 바꿀 수 있고, 아직까지 생성 AI가 내 연구의 핵심 내용을 구조화(framing)하고 연구자의 논리적인 사고와 의도(critical thinking)를 반영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Re-work and Re-Generate’ 하며 “나의 원래 뜻이 유지되고 있는가?”, “내 생각을 나타내는 용어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며 이 기술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연구 프로세스상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규제/룰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디자인할 때 어떤 AI 툴을 쓸지보다 인간의 창의성과 의도에 더 집중해야 하는 것처럼 연구도 마찬가지로 연구자의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이죠. 단순히 잘못된 번역을 잡아내는 것 이상으로 30분 이상의 시간 동안 인간의 휴리스틱, 인지심리학적인 측면을 ChatGPT에게 학습시키는 것과 같은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이서영의 생각: 디자이너 / 연구자라면, 이제 다시 윤리를 생각해야 할 때
Insight 01 | 창의성과 전문성의 측면
'창의성과 전문성의 측면'에서 현시점뿐 아니라 차세대 UX 디자이너/연구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바뀔 것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반복해서 하는 업무의 일부는 인공지능이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능력, 개인의 창의성과 감각적인 안목과 직감 그리고 논리적인 사고가 얼마나 분명한지 등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Insight 02 | 효율의 측면
먼저 해당 연구를 통해 ‘효율의 측면’에서 AI가 빠르고 가볍게 아웃풋을 제공해 준다고 해서 이 결과를 마찬가지로 가볍게 사용하면 안 됩니다. Re-generate 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고 나의 문장과 이미지에 인공지능의 질감, 맛과 향이 들어가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정성을 쏟아서 검토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즉, 창작의 주체이자 주도권을 가진 인간은 AI의 결과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표절에 대한 책임도 디자이너/연구자에게 있음을 간과하지 않아야겠죠? 디자이너/연구자만의 AI 활용 규칙을 정립한다면 효과적으로 그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마무리, 인공지능과의 공생을 기대하며
저는 아티클을 쓰면서 생성 AI와 인간이 어떻게 공생할지, 인터랙션 하는 프로세스에 어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 설계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동시에 창작의 주체이자 창작의 주도권을 가진 인간은 스스로 주도권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AI가 창작 주체라고 인식될 만큼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하나의 개인으로서 왜곡, 표절 등의 윤리 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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