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창업자 대담
심플하고 뾰족하게, 사용자가 겪는 문제에만 집중하다
2024년 8월 31일
TALK INFO
대담 대상자: 볼타 창업자 이문혁
대담 일시: 2024. 07. 15. 월요일
대담 장소: 컴패노이드 랩스 HQ
대담 형태: 대면
HIGHLIGHT
대담자의 변: 안녕하세요, 창업자들과 나누는 대담을 진행하는 호스트 장진규 입니다. 이번 대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저희 UX 지주회사의 ANGLE (앵글) 스튜디오 패밀리사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입니다. 인터뷰가 아닌 대담인 이유는, 어떤 특정 목적을 가지고 파고 드는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와 편안하게 잡담 나누듯 생각을 들어보는 형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이 대담을 통해 ANGLE 스튜디오가 함께 하는 창업자들의 생각과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장진규: 반갑습니다, 이문혁 대표님. 창업자로서 이렇게 대담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바쁘실텐데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얼마 전 서울숲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이렇게 또 대담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네요. 첫 번째 질문은 조금 가볍게 해보겠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어떻게 컴패노이드 랩스를 알게 되셨고, 컴퍼니 빌더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문혁: 컴패노이드 랩스는 HCI 칼리지 과정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볼타의 핵심은 화려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거나, 로켓을 만드는 것도 아닌 순수히 UX에 있다보니 HCI 칼리지 과정에 대한 글을 보고 호기심에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흥미롭게 과정을 훑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있다가 유튜브 EO채널을 통해 컴패노이드 랩스 장진규 의장님의 영상을 보았습니다. 모든 제품이나 서비스, 기술 등은 어느 순간에는 상향평준화 됨에도 불구하고 어떤 제품은 선택받고, 선택받 지 못하는데 그 차이가 UX라는 의장님의 말에 크게 공감하여 직접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컴패노이드 랩스와 함께 한다면 볼타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에 깊이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함께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장진규: 답변 감사합니다. 사실 대표님의 이력을 살펴보면 창업자와 근거리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셨다는 점이 느껴지는데요. HRD SaaS를 만드는 스타트업 클라썸을 비롯해 공공기관인 한국표준협회 까지 경험이 다양하신터라, 앞선 경험들이 대표님께 영향을 여러모로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앞선 조직들의 경험이 대표님의 창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창업에 용기를 주었다거나, 창업하는 과정을 잘 알 수 있게 되었다거나, 오히려 이건 또 좀 몰랐다 라던가 등 구체적인 영향이 있으셨을지 궁금해요..
이문혁: 7년간 쌓은 커리어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타트업도 결국에는 대기업으로 거듭나게 되는데, 경험해보지 못했다면 어떤 구조를 갖게 되는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60년 간 유지된 체계화된 구조를 갖춘 기업을 미리 경험 하였기에 미래를 더욱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로 신사업을 담당하였기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명확히 알고 있었고요. 초기 스타트업이 흔히 겪는 기업 운영에서의 시행착오도 꽤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볼타는 스타트업 시장에 겨울이 온다라는 말이 한참 돌 때 창업을 했습니다. 코파운더인 태양님과 저 모두 시장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눈보라 치는 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용기라고 해야할지 자신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시기여서 더 단단히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시장에서 코파운더들에 대한 인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빠른 스타트를 끊을 수 있었기도 하고요.

장진규: 이제 볼타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만난 초기 창업자 가운데 꽤 문제 정의가 뾰족해서 놀랐었는데요.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가 모든 만나본 창업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문제 정의가 심플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대표님이 한 달에 몇백건 씩 세금계산서를 처리하던 경리 직원이거나 하지도 않아서 이것을 페인 포인트(Pain Point)라고 콕 집어 느끼기도 어렵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떻게 이렇게 문제를 뾰족하게 짚어내고 정의하셨을까요?
이문혁: 생각 외로 이게 저의 어려움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주로 사업개발, 세일즈를 담당하다보니 프로젝트의 끝이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었는데요. 저는 대기업, 공공기관, 스타트업을 모두 재직했었지만 모든 조직에서 발행과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자세금계산서는 결국 매출 정산에 연결되어 있다 보니 항상 급하게 발행해야할 때가 많았는데, 보통 경영지원 담당자가 처리하게끔 프로세스화 되어 있어 급작스러운 요청에 얼굴을 붉히고 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번은 경영지원 담당자가 난 모르겠고 너가 직접 하라고 공인인증서가 들어있는 USB를 던진 적도 있었습니다. 과장하는 것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는 이 문제는 결국 UX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고, SaaS가 보편화 되는 이 시기에서야 제대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잠재고객에게 직접 가서 현재 무엇이 잘못 되었고, 우리 서비스를 쓰면 무엇이 좋아진다라고 설득해야 한다면 문제 정의가 뾰족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유명 투자사인 세콰이어 캐피탈에서는 ‘머리에 불이 난 듯한 문제(Hair on Fire)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는데요. 전자세금계산서 정말 괴로우셨죠? 한마디에 고객이 바로 고객을 끄덕이는 이 문제야 말로 뾰족한 문제라고 확신했습니다.
장진규: 앞선 질문을 드린 이유가 사실 저희 컴퍼니 빌더가 초기 스타트업들을 빌드업 해나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문제 정의에요. 이게 그만큼 어렵고, 프로덕트를 만들어나가다 보면 문제 정의 자체가 잘못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볼타 창업이 이제 1년이 좀 넘었는데, 정의하신 문제가 잘못되었다거나 문제 정의가 조금씩 바뀌고 있으시진 않는지 궁금해요.
이문혁: 문제 정의는 다행히 문제가 없었으나 솔루션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사실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에는 필수값이 있고 선택값이 있습니다, 규정 상으로는 필수값만 입력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그래서 처음 기획한 해결방법은 이 필수값만 입력 받아 3초면 발행이 가능하게끔 프로덕트를 출시했습니다. 제품 출시 당시에 75개의 베타 유저가 있었는데, 시장 관행을 무 시한 이런 방법으로는 발행이 불가하다고 15년차 경영지원 팀장님께서 피드백(꾸짖음)을 주셨죠. 시행착오를 겪고 UX적으로 모든 값을 쉽게 입력할 수 있도록 재설계하여 출시하였습니다.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나면 문제 재정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볼타는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코파운더인 태양님과도 창업 극초기부터 이 문제는 우리가 1년 반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고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찾아야한다고 얘기나눴었는데요, 현재는 더 큰 문제를 찾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볼타의 전략은 일단 전자세금계산서의 해결방법으로 침투하고 거기서 확장해 나가는 것이었고 잘 맞아떨어져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장진규: 사실 팀 이야기도 좀 하고 싶은데요. CTO로 진태양님께서 함께 하시잖아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믿을만한 프로덕트 가이, 즉 프로덕트를 실질적으로 잘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코파운더나 초기 멤버로 함께 하기가 되게 어려워요. 사실 거의 대부분은 초기 구성원을 잘 설정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에도 영향을 주죠. 그래서 저희도 ANGLE 스튜디오에서 컴퍼니 빌딩 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두 가지가 앞서 질문드렸던 문제 정의도 있지만 팀 빌딩, 이 부분은 참 정답이 없거든요. 대표님은 어떻게 태양님과 함께 하게 되고, 또 지금의 초기 멤버들을 합류시킬 수 있게 되었는지요?
이문혁: 태양님과는 사실 그냥 커뮤니티와 링크드인에서 메시지 몇번 주고 받고 다음날에 한 카페에서 만나서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퇴사가 결정된 상태였고, 태양님은 저와 만난 그날 바로 사표를 썼습니다. 볼타 투자를 검토한 많은 투자사들이 이런 관계는 말이 안된다,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라고 피드백 주신 분들이 많은데요. 저희는 정말 완벽한 합입니다, 볼타 팀원들 그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이렇게 완벽한 조합이 없다 라고 대답해주실 겁니다(웃음) 물론 운이 따랐었고, 서로 직관적으로 잘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볼타는 현재 채용에 있어 지인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계성 때문에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간순간 객관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해야하는 스타트업에 있어 지인 채용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태양님과 볼타 설립 전부터 결정한 원칙입 니다.
초기 멤버는 모두 공개 채용을 통해 합류하였습니다. 볼타의 최종 면접에서는 첫 30분~1시간 가량을 볼타의 현 상황과 전략, 미래 계획까지 청사진을 모두 공유해드리고, 서로의 생각과 핏이 잘 맞을 지 편하게 얘기나누게 됩니다. 코파운더인 태양님과의 첫 만남 때에도 같은 방식을 거쳤고, 앞으로의 초기 멤버도 같은 방식으로 합류하게 될 예정입니다.

장진규: 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게 창업자들 입장에서 되게 중요한데, 자세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시장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실 처음 볼타를 마주했을 때 일단 핀테크 시장 전체에 속하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세금계산서라는 아이템 자체는 거래액은 엄청나지만 세금계산서 자체로 뭔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으로의 정의는 못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저희가 컴퍼니 빌딩 검토 전에 미팅으로 이야기 나눴을 때 철저히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겠다고도 하셨고요. 이 세금계산서를 가지고 어느 영역까지의 문제를 넓게 해결해볼 수 있을까요?
이문혁: 볼타가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것은 기업 간 돈이 오가는 절차에서 파생되는 모든 문제입니다. 개인 간 돈이 오가는 것은 현재는 정말 심플해졌는데, 왜 기업 간은 그렇지 못한가에 대한 의문이 항상 있었습니다. 허들이 되는 요소들을 태양님과 함께 나열 했었고, 그 중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 전자세금계산서였습니다, 기업 간 돈의 이동에 있어 첫번째 관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침투하기 위한 뾰족하고 심플한 문제였기도 하고요.
만약 볼타가 초창기에 저희는 ‘Finance SaaS’를 제공합니다라고 하면 분명 시장의 외면을 받았을 겁니다. 너무 거대한 컨셉이고, 그래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줄지 이해하기도 어렵고요. 더더욱이 기업의 ‘돈'이 엮여 있기 때문에 신뢰도도 매우 떨어졌을 것입니다. 전자세금계산서 문제를 누구보다 잘 해결하는 모습을 고객과 시장에 보여주며 다른 문제도 잘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만드는 데에 집중했고, 달성했습니다.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겠다라고 밝힌 이유는 10년 이상 해결하게 될 문제가 충분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볼타는 해외 투자사들의 미팅 요청이 꽤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요, 한번은 대체 왜 생소한 개념의 문제를 푸는 볼타에 관심을 갖냐고 물어보니 글로벌 Finance SaaS가 한국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에 볼타가 한국을 대표하는 Finance SaaS가 될 수 있을지 미리 트래킹하기 위해 요청하였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볼타가 풀고자 하는 문제 범위를 인터뷰에서 밝히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고, 현재는 현금 이동의 ‘승인(결재)’에 집중하고 있어요.
장진규: 그렇군요. 그렇다면 현재는 고객사들이 어떻게 들어오고 있나요? 인바운드 혹은 아웃바운드? 제가 이 질문을 하게 된 계기는 몰라서라기 보다는, 볼타를 왜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이 들어보면 말이 되는데 실제 도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 고객들의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까 싶어서요. 특히 큰 회사들, 자주, 큰 금액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돈 거래를 파악하는 기업들은 흔히 경리 직원들을 많이 두잖아요. 바꿔 말하면 그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만큼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리 휴먼의 수는 줄어들 것 같아서… 이 런 것들이 볼타를 도입하는데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일 것 같은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