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INFO
대담 대상자: 디비디랩 창업자 강지수
대담 일시: 2024. 07. 11. 목요일
대담 장소: SLTD Malong Gangnam
대담 형태: 대면
HIGHLIGHT
대담자의 변: 안녕하세요, 창업자들과 나누는 대담을 진행하는 호스트 장진규 입니다. 이번 대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저희 UX 지주회사의 ANGLE (앵글) 스튜디오 패밀리사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예정입니다. 인터뷰가 아닌 대담인 이유는, 어떤 특정 목적을 가지고 파고 드는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와 편안하게 잡담 나누듯 생각을 들어보는 형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입니다. 이 대담을 통해 ANGLE 스튜디오가 함께 하는 창업자들의 생각과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장진규: 반갑습니다, 대표님. 창업자로서 이렇게 대담을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바쁘실텐데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첫 번째 질문은 창업을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어쩌면 창업이라는 것이 인생에 많은 선택지 중의 하나였을텐데, 하필 이 어려운 창업을 선택하셨나요?
강지수: 창업 전에 다니던 스타트업에서 겪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보니, 제가 아니더라도 이 문제를 누군가는 해결하려고 할 것 같았어요. 사실 겁도 없었고요(웃음). 그래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 들려면 뭔가 계기가 있어야 할 텐데, 감사하게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당시에 정부지원사업을 지원했는데 1억을 받았어요. 요즘 다들 하는 예비창업패키지 였는데 그 땐 다른 이름이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차등지급인데 제 아이디어가 1등을 해서 1억을 받게 된 거더라구요.
제가 겪은 문제라 생각해서 그걸 해결할 아이디어를 정리해 냈는데 지원금을 받게 되니까, 용기가 났죠. 공동창업자인 아람님께도 이제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보자고 이야기 나눠서 회사에서 나오시게 되고 공동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장진규: 와, 저도 몰랐던 사실인데요. 지원금을 무려 1억이나 받으셨군요. 정부가 나서서 지원금으로 창업자 하나를 만든 셈이네요(웃음). 저는 사실 창업자로 나서게 된 계기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기는 한데요. 보통 창업자들이 창업하게 되는 계기는 두 가지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하는 경우,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마음에 안들고 더이상의 취직은 안돼 하면서 창업하는 경우죠. 대표님은 어떤 경우로 창업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강지수: 다니던 회사가 불만이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아시다시피 제가 마지막에 다니던 회사가 타운컴퍼니 라는 스타트업인데, 거기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매번 이렇게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사용자를 알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이 있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창업자로 나서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어쩌면 타운컴퍼니 덕분이죠. 회사의 문제라기 보단, 제가 담당했던 일에서의 문제였어요.
사실 이전에는 창업에 대한 생각이 1도 없었고, 취직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심지어 한옥건축학과를 다시 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을 정도였으니까요(웃음). (장진규: 아, 몰랐는데요?) 아 그 학과가 전주에 있는데, 한옥을 만드는 일을 해볼까 하고 생각도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어쨋든 저에게 있어서는 창업이 특별한 선택지이거나 엄청난 선택이지는 않고, 여러가지 선택지 중 하나였을 뿐이었어요. 창업이 답이다 라는 생각을 특별히 하진 않았었고요.
장진규: 그렇군요. 한옥건축학과 가려고 생각했었다는 이야기는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웃음) 그럼 이제 디비디랩 창업 이야기를 해볼께요. 스타트업을 하면서 사실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제가 거의 초창기 창업 멤버나 다름 없이 초기부터 붙어서 봐온 입장에서 디비디랩의 지금은 초기와 달라요. 디비디랩이 이렇게 변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강지수: 기본적으로 팀이 달라져서라고 생각해요. 팀이 바뀌고, 그러니까 좋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디비디랩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옛날에 컴패노이드 랩스 HQ에 사무실을 두고 있을 때(* 디비디랩은 초기 컴패노이드 랩스 HQ에서 제공하는 오피스 공간에 입주한 적이 있습니다), 팀원들 불만을 달래는 것에 시간을 정말 엄청 썼어요. 사실 초기 스타트업은 사람 때문에 힘든 것이 대부분이라고들 이야기 하는데, 팀원들의 사소한 불만부터 큰 이슈까지 이렇게 저렇게 달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생각해보면 초기 스타트업에서 발생하는 불만은 사실 달랜다고 될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초기에 사람들이 들어오면 나가고 하는게 당연하면서도 다른 방도가 없어 막막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죠. (장진규: 그럼 혹시 좋은 사람들이 들어오게 된 것은 사람을 보는 눈이 바뀌어서 였을까요?) 아니요. 특별히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에요. 항상 업무적으로 적절한 분들인지, 그리고 팀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판단했는데, 제 판단보다는 정말 우연한 기회로 좋은 동료를 소개 받고 영입할 수 있었어요. 그건 무척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장진규: 역시 팀이 참 중요하죠. 컴퍼니 빌딩을 하면서도 저희가 참 수학 공식처럼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 것이 바로 사람이더군요. 사실 사람이 바뀌어도 프로덕트가 이상하면 안될텐데요. 하나 궁금한 것이, 디비디랩의 변화를 제가 체감하는 것은 프로덕트의 모습이 많이 변화했다는 거에요. 저희가 컴퍼니 빌딩 하면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문제 정의(Defining Surface Problem) 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디비디랩은 초기 문제 정의가 지금과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프로덕트가 보다 구체화되고 바뀌면서 문제 정의가 바뀌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디비디랩이 풀어야 할 문제에 대해 초기부터 참 많이 이야기를 나눴었잖아요?
강지수: 문제의 정의는 바뀌지 않았는데, 접근 방식은 바뀌었어요. 그러니까, 풀고자 하는 문제는 되게 명료했어요. “프로덕트를 만들고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를 계속해서 잘 알아가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문제” 라는 점이죠.
그런데 저희의 접근 방식은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사용자를 계속해서 잘 알아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려고 했었어요. 마치 계몽처럼? 그런데 하다보니 알겠더라구요.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저희가 풀려는 문제는 현장에서 수용하고 인식해야 하는 것인데, 그걸 억지로 계몽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이 프로덕트의 효용가치를 어필하는데 집중해요. 그러니까, 이 효용가치는 이미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 사용자들에겐 아주 중요한 임팩트에요. 모르는 사람한테 “이게 필요하다” 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아는 사람한테 “이게 효용가치가 있다” 라고 설명하는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는 거에요.
저는 이 효용가치를 프로덕트 임팩트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프로덕트 임팩트가 높으면, 고객들이 알아서 사용해줄 거에요. 알아서 사용하게끔 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거나, 업무상 효율성을 충분히 인식시키는 것이 바로 프로덕트 임팩트가 높아지는 지점이죠.
장진규: 들어보니 처음에 왜 중요한지 설명하고 계몽하는 측면은 비즈니스 임팩트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요?
강지수: 네, 사실 비즈니스 임팩트는 비즈니스를 하는 고객들이 느껴야 해요. 즉, 고객들이 ‘아, 사용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리서치가 필요하구나’ 라고 느끼는 것은 저희가 설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에요. 그보다는 프로덕트 임팩트를 높여서, “한번쯤 사용해볼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장진규: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제가 스타트업을 투자하면서, 그리고 컴퍼니 빌더로서 스타트업들의 IR이나 풀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정의를 해나가다보면 비즈니스 임팩트를 많이 이야기 하거든요. 어쩌면 고객사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제 생각엔 SaaS 스타트업들이 특히나 이 지점을 고민 많이 하거든요. 분명히 문제가 있는데, 이걸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잠재 고객사들에게 ‘이러저러한 것이 문제이지 않느냐?’ 라고 문제부터 설득하는 거죠. 슬랙이 있어도 협업 툴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Typeform (*설문조사 툴)이 있어도 Tally가 새롭게 등장한 것 처럼요. 디비디랩은 고객사들이 어떤 루트로 함께 하게 되었나요?
강지수: 현재까지는 인바운드로 주로 많이 들어왔어요. 그러다 지난 2024년 5월부터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하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마케팅을 시작하면서 검색하셔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아웃바운드로 그간 세일즈를 거의 저 혼자 했는데, 여기에 대한 필요성도 많이 느껴요. 저희가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 UPA라고 UX Pattern Archive라는 디자인 케이스 DB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정말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유저스푼을 알게 되어 들어오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장진규: 고객사들은 어떤 유형들이 많나요? 유저스푼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고객사들이 연락을 해오나요? 사실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개인 레벨에서 유저스푼을 쓰겠다는 고객보다는 뭔가 조직에서 쓰는 것이 적합한 프로덕트이기 때문이라, 유저스푼을 잘 알지 못하면 엔터프라이즈용으로 연락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앞서 언급한 비즈니스 임팩트는 이미 이해하고 연락오는 것인지도 궁금하고요.
강지수: 그게 고객사 유형마다 좀 다른데요. 대기업 분들은 UX에 대해 기본적으로 이해를 하고,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UX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오는 고객사에요. 디테일은 없고요. 반면, 작은 스타트업들은 ‘카드 소팅을 해야해’ 라던가 ‘설문조사를 해야해’라고 방법까지 결정짓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가 패널도 관리하니까 ‘35세 이하 남자’ 타겟을 찾고 싶다고 오시는 경우도 있고요.
장진규: 그럼 디비디랩은 컨설팅 펌은 아니지만 결국 그런 고객들은 하나하나 또 설명해줘서 올바른 방법론과 유저스푼 활용을 유도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세요?
강지수: 맞아요. 특히 설문조사 하겠다고 오는 분들이 대다수인데, 대부분 방법론을 잘못 선택한 케이스들이 많아요. 아무래도 리서치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얕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설문조사 말고는 다른 접근법을 잘 모르시니까. 그리고 리서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무조건 비싸게 비용을 산정해서 들어와요. (장진규: 와 그럼 좋은거 아닌가요? 낙수효과처럼…) 그렇다고 볼 수도 있는데, 저희가 유저스푼을 만든 이유가 바로 프로덕트 임팩트, 그러니까 효율적으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프로덕트를 개선하는데 사용하는 리서치옵스(ResearchOps)이니 고객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적합한 방식을 추천해주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니 가격이 저렴한 방향으로 설정되어 유저스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어요.
장진규: 사실 고객들이 그렇게 연락이 와서 적합한 방식을 추천하고 하는 과정이 모두 휴먼 터치로 이루어져야 할텐데요. 언제부터 이 문제를 디지털 프로덕트로 만드는 것을 결정하게 된 걸까요? 사실 이 질문이 좀 이상한 질문이기는 한데, 처음에는 약간 컨설팅 요소를 포함하여 필요한 디지털 프로덕트를 만들어보자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었잖아요.
강지수: 네 맞아요, 처음에는 처음 이야기한 계몽(?)도 중요했기 때문에 컨설팅, 즉 휴먼터치가 무조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런데 저희가 그렇게 고객사들의 유저 리서치를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고객사들의 고민이 아까 말씀드린대로 비즈니스 임팩트는 어느정도 이해해야지만 유저스푼을 쓰고 싶어 하는데, 지속적으로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내부에서 UX나 CX 등 사용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직군은 디자이너인데, 일을 시켜보면 다들 어렵고 힘들어해서 더 자주 일을 시키고 싶어도 어렵다는 거였어요(웃음). 그러니까, 위에서 중요하게 생각해도 실무에서 진행이 어려운게 눈에 보이니까 못시켰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이걸 디지털 프로덕트로 안풀면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비즈니스 임팩트는 저희가 설득할 영역이 아닌데, 프로덕트 임팩트는 유저스푼을 사용하는 사람도, 또 도입을 결정하는 사람도 손쉽게 도입해야 하니까요. 자동화 시키거나 AI를 활용해서 어시스트 해줄 수 있도록 최대한 프로덕트로 풀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접근한거죠. 유저스푼도 그렇고 패널 모집과 응답을 이끌어내는 우쥬테스트 플랫폼도 자동화 할 수 있게 되어 휴먼터치 없이도 누구나 생각하는 UX, CX 리서치를 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장진규: 아까도 나왔던 이야기지만 디지털 프로덕트로 이렇게 사용자의 이야기를 듣고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이런 툴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기업들이 많이 모르고 있어요. 이건 대표님과 저도 만날 때마다 자문드리면서 말씀드리는 주제인데, 사실 비즈니스 임팩트를 이해하는 고객사들이 늘어야 할텐데 그게 여전히 저는 걱정스럽기는 해요. 저희 회사도 UX 리서치 중심 컴퍼니 빌더로 출발해 UX 혁신 컴퍼니 빌더, 그리고 최근에 UX 혁신 지주회사로 회사의 모양과 형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계몽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말로만 사용자를 위한다, 사용자를 생각한다 라고 말할 뿐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은 전혀 없어 보이거든요.
강지수: 맞아요. 그래도 저는 희망적인 부분이 있어요. 2019년에 유저빌리티다 뭐다 해서 온갖 UX 관련 용어를 가져다가 시장에서 친근하게 받아들이게끔 노력했는데 하나도 몰라주더라구요.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다 알아요. 그러니까 시장이 수용하고 있어야 저희도 가치를 발하는데 이제 때가 된거죠. 실리콘밸리에서도 UX, CX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증가하고 이걸 해결해줄 수 있는 각종 툴이나 저희처럼 ResearchOps들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동안 저도 파도를 만들려고 엄청 노력했던 기간이 거의 2년, 3년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역시 파도를 만드는게 아니라 파도에 올라타야 하는 거였고 그 준비를 3년 한 것 같아요. 작년부터 유저스푼이라는 SaaS를 런칭해 본격적으로 비즈니스 하면서 시장의 수용성이 올라가는 것이 보이니 그 파도에 올라타는 중인거죠. 고객들 입장에서는, 사실 저희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UX를 신경 안쓰면 자사 프로덕트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라고 인식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진정 사용자 목소리를 들어가며 프로덕트를 개선하고 바꾼 사례를 만드는 회사들이 증가할 수록 저희 유저스푼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해요.
장진규: 아까 이야기 하다 나온 시장 이야기 말이에요. 사실 IR 자료 만들 때 시장 사이즈 이야기를 많이들 하는데 허상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도 어느 시점부터는 스타트업들이 주장하는 시장 사이즈에 대한 장표는 별로 눈여겨 보지 않고 있고요. 디비디랩의 경우에도 시장 사이즈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나에 대해 개인적으로 고민도 있었고 대표님께 끊임 없이 자문하면서도 저희가 얼마나 많은 장표를 만들고 시장을 정의해 왔습니까(웃음). 참 그게 어려운데, 대표님은 요즘 디비디랩의 유저스푼을 어떤 시장에 놓고 계세요? 사실 여기에 따라서 우리 프로덕트가 가진 functional한 요소들이 더 뾰족해져야 하는지, 아니면 종합적인 솔루션으로 가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강지수: 저희는 가트너의 기술 진화에 따른 하이퍼 사이클 장표에서 2023년인가 ResearchOps 시장에 대해 정의하고 표시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실제 이 시장이 정확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이 시점에서 드디어 기술 트렌드를 보는 리포트로 증명해줬으니까요.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그간 막 설문조사 툴을 케이스로도 소개하고 시장 정의를 이렇게, 저렇게 왔다갔다 했거든요.
ResearchOps 시장으로 놓고 보면, 저희는 이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에 대해 방향이 있어요. 저는 이 시장이 기능 중심의 functional tool보다는 consolidation tool, 즉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 설문조사 툴, 인터뷰 툴 이런식으로 충분히 조합해서 썼고 그런 회사들이 주목을 받았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정말 큰 시장으로 성장하지는 못했고, 앞서 말씀드린대로 문제는 그대로 있었어요. 리서치 하면 비용을 쓰는 영역이라고만 생각하는 것도 여전하고요.
그런데 뭔가 의사결정 할 때에는 근거가 다들 필요로 하고 그럴 때 리서치라는걸 하는데 여전히 비효율적인 접근만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궁극적으로는 리서치를 단순히 어떻게 하느냐 문제를 넘어, 리서처들이나 의사결정권자들이 어떻게 사용자로부터, 고객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점과 방식을 알려주는 어시스트로서 종합적인 솔루션으로 진화하는 시장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장진규: 저도 동의해요. 시장이 커지려면 분절적인 기능들이 파편화되어 활용되는 시장보다는 보다 통합되는 형태로 보통 가는거죠. 그럼 유저스푼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디비디랩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패널 모집과 응답을 받는 퍼널이 되는 우쥬테스트라는 플랫폼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제가 투자자이자 컴퍼니 빌더로서 디비디랩에 오랜기간 자문하고 같이 프로젝트도 하면서 우쥬테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쩌면 너무 많은 리소스가 들어가는 프로덕트이기에 중간에 제가 한번은 이 프로덕트는 포기하고 유저스푼에 집중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이야기도 했었는데요. 우쥬테스트는 어떤 중요성이 있고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보세요?
강지수: 사실 우쥬테스트는 이제 자동화가 거의 다 되어서 예전에 비하면 리소스가 안들어가고도 운영이 되는데요. 우리가 UX나 CX를 다루는데 근거가 되는 사용자들의 이야기는 어떤 응답으로 받게 되잖아요? 그런데 응답을 받을 때 보면 누가 봐도 응답자가 대충 응답하는 경우가 많고 사람들에게 답을 받는게 어렵다는게 리서치의 본질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는 라뽀를 형성하면서 우쥬테스트가 보다 부드럽고 쉽게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역할을 한다는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저희가 밤낮 안가리고 휴먼터치로 우쥬테스트를 통해 응답을 받고 데이터를 정제하면서 내린 결론은 라뽀가 중요하다 였거든요. 그래서 국내에서 가장 정제되고 퀄리티 좋은 패널들이 우쥬테스트라는 퍼널이자 플랫폼을 통해 확보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쥬테스트의 미래는 일반 사용자들도 있겠지만 전문성 있는 사용자들의 확보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장님 같은 분들을 (웃음) 어떻게 우쥬테스트에 두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에요. 전문성을 가진 패널은 아무래도 소수이고 뭔가 모여 있는 퍼널이 없어요. 우리가 뭔가 리서치 할 때 특정 커뮤니티 찾아보고 하는 이유가, 적합한 타겟을 찾아 방랑하는 것이란 말이죠.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 우쥬테스트를 통해 일반적인 패널 확보와 퀄리티 컨트롤도 잘 해나가겠고 이것을 자동화 많이 시켜 놓았기 때문에, 이 노하우를 살려서 전문가 분들과의 라뽀도 잘 형성해서 우쥬테스트에 패널로 들어오실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에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진화 지점이고 라뽀 형성 방식도 고민을 하고 있어요.
장진규: 와, 이 대담이 IR 보다 좋은데요? 제가 몰랐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게 됐어요. 대표님 생각이나 비전도 훨씬 명료하게 들려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좀 이렇게 해봐요 IR도…(웃음) 끝으로 저희 컴패노이드 랩스가 컴퍼니 빌더에서 UX 혁신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컴퍼니 빌딩 기능은 ANGLE 이라는 스튜디오로 별도 조직을 두게 됐어요. 어쨋든 디비디랩은 저와 이미 오래전 인연으로 사실상 컴퍼니 빌딩을 해왔던터라, 여러모로 대표님과 디비디랩의 성공을 간절히 (웃음) 바라고 있어요. 대표님에게 컴패노이드 랩스는 어떤 의미인가요? 그리고 창업자들에게 저희를 제외하더라도 어떤 분들, 혹은 기관들이 자문하거나 조력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조언한다면요?
강지수: 이 대담 때문에 아니라 제가 얼마전 겪은 일화가 있어요. 공동창업자인 아람님과 제주도 출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제가 혹시 죽으면 아람님 어떻게 하실거냐고 물어봤거든요. 저는 아람님이 자기가 대표로서 이어 받아 잘 이끌어봐야지 할 줄 알았는데, 의장님을 찾아갈거라고 말하는거에요. 그래서 왜그러냐니까 자기는 대표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디비디랩의 역사와 방향을 너무 잘 알고 계시는 의장님과 컴패노이드 랩스에 일임하겠다고 하더군요. (웃음)
저도 사실 공감하는 것이, 컴패노이드 랩스가 ANGLE 스튜디오 라는 컴퍼니 빌딩 스튜디오? 조직을 별도로 두는 형태로 바뀌었지만 어쨋든 컴패노이드 랩스 그 자체로만 생각해보면 제겐 실질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고 뒷배라는 생각이에요. 이번에 투자유치 진행하면서도 그렇고 그간 정말 엄청 도움을 많이 받았고 이렇게 프로덕트 이야기도 마음껏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좋아요. 그래서 창업자들에게도 저는 이런 추천을 하고 싶어요. 투자금 주는 곳도 너무 좋은데, 그것 이상으로 창업자에겐 뒷배가 되는 든든하고 지속가능한 유무형의 투자를 해줄 수 있는 곳이나 자문가가 있다면 잡으라고요.
장진규: 말씀만 들어도 감사하네요. 아람님 다시 봤는데… 둘다 죽지 말고 디비디랩 성공시켜요. (웃음) 오늘 대담 저는 정말 너무 좋았고요. 그만큼 새로운 이야기도 많이 듣게 되고, 저도 5년 넘게 봤는데 대표님에 대해 새롭게 안 사실도 있고요. 한옥건축은 정말… (웃음) 디비디랩이 유저스푼으로 리브랜딩 하고, 우쥬테스트와 더불어 이번에 Pre-A 라운드 투자 유치도 일부 룸이 채워져 이미 성사된 만큼, 남은 룸도 마저 잘 채우시길 바랍니다. 물론 저희도 팔로온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거고, 컴퍼니 빌더로서의 역할을 ANGLE 스튜디오에서 지속적으로 하겠습니다.
오늘 대담에 1호로 참여해주셔서 감사하고, 즐거운 이야기 나눴습니다. 어서 가서 오늘 계획된 발표하고 지원금도 또 획득하시길요! (웃음)
강지수: 의장님도 제 이야기 들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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