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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물인터넷과 사용자 경험

IoT가 사용자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제2의 불'이 되려면
사용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의 설계 필요

사물인터넷(IoT)은 이미 과거 기술 트렌드의 중심에 섰던 적이 있다. 그러나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순히 네트워킹이 가능한 사물이라는 컨셉만으로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사물인터넷이 구현된 공간 속에서 아주 자동화된 공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사물인터넷 환경으로 이러한 자동화 경험을 만끽하려면, 네트워크 구축부터 시작해 사용자가 공간 내에서 겪을 다양한 컨텍스트를 반영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식들을 고안해야 한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목욕물을 받는다거나, 집에서 나가면 자동차에 자동으로 시동이 걸리는 등의 뻔한 광고성 시나리오도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사물인터넷 분야는 하나의 과도기를 넘어서는 모양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작년 '가전을 나답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사(全社) 가전들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화하더니, 올해 들어 '팀 삼성'이라는 이름으로 가전들에 탑재된 인공지능(AI)과 연결성을 강조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기존의 스마트 싱스(Smart Things)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의 허브앱은 사물의 연결을 넘어 사용자가 속한 환경과의 연결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불기 시작한 메타버스 열풍은 사물인터넷 분야에 변곡점을 제공해주는 또 다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은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를 온라인 공간에서 가능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 냈다. 반면, 인터넷이 정보가 아닌 사람 간의 매개 공간으로서 보다 진일보 된 환경을 구현(가상현실, 증강현실 등)할 수 있게 되면서 페이스북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어찌보면 사물인터넷은 이러한 '매개'를 강화시키는 현실 세계에서의 메타버스를 구현해내는 가장 중요한 개념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물인터넷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구상할 수 있게 될까? 본 글에서는 사물인터넷이 가진 진정한 사용자 경험의 가치와 이를 설계하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거대한 인터넷 공간 경험'을 할 수 있어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서 공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공간에 따라 적합한 태스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집만 하더라도 거실, 주방, 안방, 서재, 화장실, 현관 등 거의 모든 공간에 고유의 네이밍과 목적을 부여한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는 기본적으로 정적이고 구조적인 경험으로 누적돼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물인터넷 개념을 적용한 공간은 정반대의 특성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간에 따른 적합한 태스크가 결정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사물인터넷 공간은 사람들에게 동적이고 유동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에 관해 가장 와닿는 케이스는 아마도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의 대저택일 것이다. 재너두(Xanadu) 2.0이라 불리는 저택에는 센서 시스템이 전 면적에 걸쳐 구축돼 있어, 센서들이 공간의 온도와 조명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센서들은 방문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칩에 내장된 핀을 인식해 적절한 방식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


특히, 사용자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 센서들에 기반한 사물들의 반응이 이뤄진다는 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물인터넷의 기본 개념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센서 자체가 특이하다기 보다는 센서를 활용해 공간 환경을 작동이 아닌 반응의 경험으로 바꿔준다는 점을 설계하면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거대한 인터넷 공간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재너두 2.0의 사례에서 보듯, 사물인터넷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개념은 이동성에 있다. 인터넷 경험의 핵심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이나 정보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었고, 이것이 월드와이드웹이라는 공간 아래에서 이루어졌다. 사물인터넷 역시 물리적 공간 아래에서 사용자와 사물들, 혹은 사물들 간의 연결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언제, 어디서나 이러한 가치를 부여하려면 이동성이 담보돼야 한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경험의 이동


앞서 언급한 이동성은 센서를 기반으로 일정 공간을 점유하는 수 많은 센서들의 집합체로 작동되는 사물인터넷 환경에서 결국 사용자가 경험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예를 들면, 빌 게이츠의 집에서는 사용자의 예측되는 동선에 따라 벽면 뒷 쪽에 부착된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움직이는 사용자를 따라가게끔 설계돼 있다. 결국 사물인터넷에서의 이동성은 센서 그 자체가 아닌 센서를 통한 경험의 이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경험의 이동' 개념은 스마트 시티에서 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왜냐하면 스마트 시티의 인프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야말로 사물인터넷 환경이기 때문이다. 도시 공간의 스마트화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공간 곳곳을 3차원의 가상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만들어 사람간, 사물간 그리고 사람과 사물 간의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다.


관련하여 현재 스마트 시티는 기본적으로 도시 진화의 넥스트 모델로 이야기 되고 있지만 실제 국가차원에서 스마트 시티를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논의되고 있지 못하는데, '경험의 이동' 개념은 스마트 시티의 정의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도시가 개인의 공간과 공공의 공간이 구분된 형태를 띄고 있어 정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공간의 설계와 구성이 이뤄져야만 했다면, 앞으로는 공간 스위치를 통해 개인의 공간과 공공의 공간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경험의 이동으로 현실화되면 개인의 삶에서도 많은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간의 이동성은 스마트폰을 가진 사용자에게 자유도를 준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가졌다. 사물인터넷 환경에서의 이동성은 사용자는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경험하고자 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다. 예를 들어, 길을 찾아가는 도보 환경이 사물인터넷이 적용돼 있다면 사용자는 내비게이션을 위해 스마트폰과 같이 별도 화면을 보지 않고도 적재적소의 인터랙션을 통해 손쉽게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의 이동을 현실화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의 설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센서 중심의 사물인터넷 환경은 구축하기는 쉽지만 사용자에게 능동적으로 반응하려면 별도의 화면이나 진동, 사운드 등 특정 모달리티(감각을 활용한 상호작용 방식)를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 '블랙미러'의 한 장면처럼 스마트폰이 아닌 사물인터넷에 최적화되고, 개인화된 인터페이스가 필요해질 수 있다. 사용자 경험 설계를 통한 이러한 혁신적인 인터페이스의 구현은 스마트폰을 대체하거나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형태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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