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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창업자가 경영자로 진화하는 골든타임

2023년 올 한해를 정리하기엔 아직 2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의 시기가 지나간 지금을 돌이켜보면 단순히 경기가 어려운 시기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대내외 여건의 변수들은 사실 언제나 있어왔고, 항상 바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유동성이 줄었다는 것은 단지 투자 관점에서의 해석에 불과하다.


최근 많은 창업자들과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필자에게 질문하는 것이 있다. 내년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어떻게 달라질지, 그리고 창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다.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녹록치 않은 시기라고 여겨서인지, 투자자들에게 거절 이야기만 들어도 더 어렵게 느껴지는 듯 하다. 사실 투자자에게 거절 받는 것은 창업자의 일상과도 같은 일인데 말이다.


올해 필자가 우리나라와 실리콘 밸리에서 투자하며 많은 창업자들을 만나면 이야기 해주는 것이 있다. 이 시기를 단순히 안좋고 어려운 시기로만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 투자자 중심의 관점이니 그런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지금이 스스로 창업자에서 경영자로 탈바꿈 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건전하고 또 정상적인 형태로 시장이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시기가 바로 ‘진정 투자 받고, 투자 하기 좋은 시기’ 라고 정의한다.


창업자의 번뜩임이 꼭 중요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 투자 받고 승부를 보던 시기는 지났다. 특히, 가슴 설레는 아이디어와 만들기만 하면 사용자들이 써줄 것 같은 시기에 했던 그로스 마케팅 등 소위 돈을 태워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실질적 성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창업자도, 투자자도 비로소 수용하고 있다.


얼마전 만난 한 창업자는 9년차 스타트업을 경영하며 80여명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창업 이래로 특별한 레이오프(layoff, 해고) 없이 서서히 채용 규모를 늘려간 이 스타트업은 매출 역시 조금씩 꾸준히 늘려갔다. 창업자에게 들어보니 오로지 제품에 집중하고 꾸준히, 자연스럽게 세일즈 해 사용자들로 하여금 계속해서 사용하게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매출을 급격하게 늘리기 위해 다른 스타트업들이 하는 것처럼 화려하거나 시끄러운 마케팅을 하지는 않더라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의 이야기를 귀기울이는 것에 집중하고 리소스를 투자했다는 설명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창업자의 습관이 경영자로 가는 키다


어느덧 90여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다양한 시기의 창업자들을 만나다보면, 당연한 것 같은 이러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운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특히 표면적으로는 제품에 대한 계획, 사용자와 고객에 대한 고민들을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 경영 측면에서 이를 고민하고 접근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이 드물다. 투자 규모가 커지는 시리즈A, B로 갈수록 제품에 가장 멀어지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자이다 보니, 감각이 떨어지고 중요성을 자꾸 말로만 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내가 이 시기를 회사가 망하기 쉬운 때라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창업자를 포함한 몇몇 훌륭한 창업자들은 긴 여정에서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몸에 베어 있다. 그들은 이를 혼자의 힘이 아닌 경영 측면에서 고민하고 접근함으로써 역량을 배가한다. 제품이 성장할수록 내부자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해지기에 이를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창업자 뿐이다. 스타트업들이 규모가 커지며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같은 역할 중심적인 조직으로 되기 쉬운데, 이를 지속적으로 사용자 중심, 제품 중심으로 끌어가는 힘은 창업자의 역량에서 나온다.


그래서 창업자의 제품을 다루는 습관은 중요하다. 이것이 곧 기업의 존재 이유이자 경영 철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 시기와 같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이 시기에 창업자가 제품에 대한 고민을 하는 습관을 갖지 못한다면 회사는 망할 수 밖에 없다. 사용자는 좋지 않은 제품부터 쓰지 않을 것이고, 고객은 구매를 보류하거나 구독을 취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자로 진화할 골든타임


최근 모 경영모임에서 특강을 하면서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바로 지금이 차세대 경영자가 나올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지말고, 창업자에게 투자한다면 우리는 다음 세대의 삼성, LG, 현대, SK를 만나게 될 겁니다. 어쩌면 지금 경영 2세, 3세대가 아닌 새로운 이병철, 정주영의 탄생이 가능한 시기가 지금일 겁니다."


창업자들이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거대 자본이 모두를 받쳐줄 수는 없기에 경기에 따라 스타트업을 둘러싼 투자 환경은 계속 변화하기 마련이다. 투자를 받기 어려운 시기라는 이야기도 결국 투자자들 역시 LP들로부터 남의 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모두가 영향을 받는 상황은 사실 특별히 스타트업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년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창업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것은 철저히 창업자들의 손에 달렸다. 투자자로서 필자가 바라보는 내년 전망을 요약하면, ‘다망다생(多亡多生)’ 이다. 창업자들이 많이 망하고, 멋진 경영자들이 많이 눈에 보일 것 같다. 창업자들이 경영에 눈을 뜨기 좋은 시기라는 뜻이다. 차세대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눈에 보일 시기인 만큼, 2024년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창업자들이 경영자로서의 진화와 더불어 좋아질 것이다.


창업자가 경영자로 진화할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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